비양도 하루 트레킹, 협재 앞바다에 떠 있는 천 년의 섬을 한 바퀴
자연2026-05-14T15:57:38+09:00

비양도 하루 트레킹, 협재 앞바다에 떠 있는 천 년의 섬을 한 바퀴

A Day on Biyangdo: Circling Jeju’s Youngest-Looking Island

갈치바다 제주이야기제주 애월 음식·여행 에디터
2026.05.14T15:57:38+09:00 · 11분 읽기
TL;DR 핵심 요약

비양도는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산100번지, 협재항에서 페리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면적 약 0.59㎢, 둘레 약 3.5km의 작은 섬입니다. 일주 트레킹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2시간이며, 분화구 호수 펄낭못, 천연기념물 제439호로 지정된 호니토(분기공) 군락, 비양봉(해발 114m) 정상의 무인 등대까지 모두 한 바퀴 안에 포함됩니다. 섬 내 작은 마을에서 비양도 짜장면을 한 그릇 비우고, 페리로 협재항으로 돌아온 뒤 차로 약 15분 거리의 갈치바다 애월점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동선이 일반적입니다.

협재항에서 페리로 다가가는 비양도 전경, 잔잔한 옥빛 바다와 작은 화산섬

협재 백사장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 작은 섬 하나가 떠 있습니다. 거기까지 닿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5분. 협재항 또는 한림항에서 출발하는 작은 페리에 올라타면, 잔잔한 옥빛 수면을 가르며 한 척의 배가 천천히 그 섬을 향해 갑니다. 멀리서 그림처럼 보이던 윤곽이 점점 커지고, 갑판 끝에서는 비릿한 바다 냄새와 함께 검은 현무암 해안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섬의 이름은 비양도(飛揚島), 한자 그대로 풀면 '날아오른 섬'입니다.


협재항에서 15분, 그러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협재항에서 출발한 작은 페리가 비양도 선착장에 접안하는 장면

페리 운항 시간은 시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4~5편이 협재항(혹은 한림항)과 비양도를 왕복합니다. 배 안에서 보내는 15분은 짧지만, 그 사이에 풍경의 결이 한 번 완전히 바뀝니다. 떠나기 직전까지 시야에 가득하던 흰 모래밭과 야자수가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검은 화산암과 작은 어선들이 들어찬 항구가 시야 가운데로 들어옵니다.


비양도 선착장에 내리는 순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한 박자 천천히 걷기 시작합니다. 섬의 크기 자체가 그렇게 만듭니다. 면적 약 0.59㎢, 둘레 약 3.5km. 어른 걸음으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작은 원입니다. 시간이 줄어들 일이 없으니, 걸음도 굳이 빠를 이유가 없습니다.


페리에서 내려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마을과 호니토 군락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게 되고, 오른쪽으로 잡으면 코끼리바위와 비양봉 등대를 먼저 만나는 시계 방향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오므로, 그날의 햇빛 방향과 바람을 보고 정하면 됩니다. 오전에 도착했다면 해를 등지고 걷는 시계 반대 방향이 조금 더 시원합니다.


천 년 전 바다 위로 솟아올랐다는 기록


오래된 문헌 한 토막이 있습니다. 『고려사』 목종 5년조, 즉 서기 1002년의 기록에 "탐라(耽羅) 산이 네 곳에서 솟구쳐 화염이 일어났다"는 짧은 문장이 남아 있습니다. 일부 향토 사학자들은 이 기록의 솟아오른 산 가운데 하나를 비양도로 해석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젊은 화산섬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까닭입니다.


다만 학계의 의견은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의 지질학 연구에서는 비양도의 형성 시기를 약 2만 7천 년 전으로 추정하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즉, 1002년의 기록과 직접 연결 짓기는 어렵다는 쪽입니다. 그러나 문헌과 지질학 사이의 빈틈을 채우는 일은 학자들의 몫이고, 섬을 걷는 사람의 입장에서 의미가 있는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천 년 전부터 누군가가 이 자리에 솟아오른 무언가를 기록하려 했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 지금도 우리가 발을 디딘다는 것입니다. 문헌과 지질 사이에 놓인 한 줄의 이름이, 이 섬을 다른 어떤 섬보다 길게 기억하게 만듭니다.


펄낭못, 분화구 안에 고인 시간


비양도 분화구 안 고요한 호수 펄낭못과 주변 갈대

섬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곧 작은 평지 한가운데에 잔잔한 수면이 펼쳐집니다. 이름은 펄낭못. 둘레 약 250미터의 작은 호수가 비양봉 분화구 자리에 고여 있습니다. 바닷물과 빗물이 함께 들어차 만들어진 기수호로, 염분 농도가 높지도 낮지도 않은 묘한 균형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 호수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 자리가 분화구라는 사실 자체에 있습니다. 즉, 발 아래에는 한때 마그마가 솟구쳐 올랐던 자리가 있고, 지금은 그 위로 잔잔한 물이 고여 있다는 것. 호수 주변으로는 갈대와 야생 풀들이 자라 작은 습지를 이루고, 봄과 가을이면 철새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호숫가 한쪽에 작은 정자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호흡을 고르기 좋습니다. 섬 일주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위치라, 짧게 다리를 쉬어가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코끼리바위와 호니토 군락, 천연기념물의 현장


비양도 해안가의 코끼리바위, 코를 길게 내린 듯한 검은 현무암 실루엣

펄낭못을 지나 다시 해안선을 따라가면 곧 거대한 검은 바위 하나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코를 길게 내린 듯한 윤곽 때문에 일찍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코끼리바위라 불려온 자리입니다. 파도와 바람이 수만 년에 걸쳐 깎아낸 결과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단순한 풍화의 산물이 아니라 한 무리의 분기공이 무너져 내리며 만들어진 흔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비양도 해안 호니토 군락, 작은 화산 굴뚝 모양의 현무암 기둥들이 줄지어 솟아 있는 풍경

코끼리바위 일대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호니토(hornito) 군락입니다. 호니토는 용암이 흐르는 도중에 가스와 함께 작은 굴뚝처럼 솟아오른 분기공 지형을 가리키는 학술 용어로, 우리말로는 보통 분기공이라 부릅니다. 이 자리에는 그러한 작은 굴뚝들이 한 무리로 줄지어 솟아 있어, 한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호니토 군락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비양도의 호니토 군락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43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학술적 가치는 단순히 '예쁜 바위'를 넘어섭니다.


작은 굴뚝 하나하나는 높이 1미터에서 4미터 사이를 오갑니다. 그 안쪽으로는 가스가 빠져나간 자리가 그대로 비어 있고, 표면은 거친 분석(噴石)으로 덮여 있습니다. 약 2만 7천 년 전, 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흘러내리던 용암 위로 가스가 분출되며 만들어진 흔적입니다. 지질학 교과서를 발 아래 펼쳐놓은 것 같은 자리라, 같은 자리를 두 번, 세 번 돌아보게 됩니다.


비양봉 등대까지, 정상에서 다시 보는 협재


비양봉 정상의 흰색 무인 등대와 멀리 보이는 협재 백사장

섬 가운데에는 비양봉이 솟아 있습니다. 해발 114미터, 정상까지는 마을에서 출발해 약 20분이면 닿습니다. 등산이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짧고 완만한 길이지만, 그 끝에서 보는 풍경은 짧지 않습니다. 정상에는 1955년에 세워진 작은 무인 등대가 흰 몸을 곧추세우고 있습니다. 6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협재 앞바다를 향해 빛을 보내온 등대입니다.


등대 곁에 서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동쪽으로 향합니다. 정확히 3킬로미터 너머, 아침에 출발한 협재 백사장이 흰 띠처럼 길게 누워 있습니다. 같은 풍경을 백사장 쪽에서 바라보았을 때와 달리, 이 자리에서는 작은 점들 사이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까지 어렴풋이 보입니다. 한 시간 반 전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보는 일은, 짧은 트레킹이 줄 수 있는 가장 묘한 선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끝없이 펼쳐진 바다 너머로 차귀도와 수월봉 방면 해안선이 흐릿하게 잡힙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산방산 실루엣까지 보입니다. 작은 섬 안에 들어와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제주 서부 해안 전체를 한 자리에서 굽어보는 셈입니다.


작은 마을의 한 그릇, 비양도 짜장면


비양도 마을 풍경, 낮은 돌담과 현무암 벽의 작은 어촌 가옥들

섬에는 약 150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며, 작은 항구를 중심으로 모인 마을 안에는 식당 몇 곳과 카페가 자리합니다. 그중에서도 비양도 짜장면은 이 섬의 이름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한 그릇입니다. 그날 잡은 톳, 미역, 조개를 면 위에 듬뿍 얹어내는 해물 짜장이 대표적인데, 가게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달라 같은 이름의 음식이 다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식사 후 마을을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검은 돌담 너머로 빨래가 흔들리는 풍경이나, 어선 그물을 손질하는 어르신의 손길을 마주하게 됩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살림이 이어지는 자리라는 사실이 그 짧은 풍경 안에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가능한 한 조용히 걷고, 사진을 찍을 때도 주민들의 일상이 방해받지 않도록 거리를 두는 편이 좋습니다.


섬을 떠나며, 차로 15분의 마무리


갈치바다 애월점 한라봉 막걸리와 석양빛 오션뷰 한 상

비양도에서의 시간은 페리 시간표에 맞춰 흘러갑니다. 마지막 페리는 보통 오후 늦은 시간에 출항하므로, 등대까지 다녀온 뒤 점심 한 그릇과 짧은 마을 산책을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돌아갈 시간이 됩니다. 협재항에 다시 닿으면, 한낮의 햇빛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백사장의 흰 모래에는 긴 그림자가 깔리기 시작합니다.


협재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면 해안도로 1132번을 따라 약 15분 만에 갈치바다 애월점 입구에 닿습니다. 섬 둘레를 한 바퀴 걷고 등대까지 다녀온 다리에는 슬슬 피곤이 쌓여 있고, 짠 바닷바람이 입맛을 끌어올려둔 상태입니다. 통유리 너머로 또 다른 바다가 펼쳐지는 좌석에 자리를 잡고, 그날 아침 인근 해역에서 올라온 자연산 은빛 한 마리와 마주합니다. 매콤한 양념장을 자작하게 졸여낸 조림 한 점이 살의 결대로 떨어져 나오는 순간, 비양도 정상에서 다시 보았던 협재의 풍경이 한 번 더 입맛으로 정리됩니다.


찾아가는 길과 실용 정보


페리 출항지는 협재항과 한림항 두 곳입니다. 운항 시간표는 시즌에 따라 변동되므로 출발 전 한림항 여객터미널 또는 협재항 매표소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일반 성인 왕복 요금은 1만 원대 수준이며, 자세한 안내는 <a href="https://www.visitjeju.net"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제주관광정보센터</a>에서 시즌별로 갱신됩니다. 협재항까지는 제주공항에서 차로 약 40분,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202번 버스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합니다. 버스 실시간 위치는 <a href="https://bus.jeju.go.kr"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제주버스정보시스템</a>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섬 안에는 별도 대중교통이 없고, 모든 이동은 도보로 이루어집니다. 일주로 대부분은 평탄한 시멘트 길과 짧은 흙길로 구성되어 있어 운동화 정도면 충분하지만, 호니토 군락 일대는 거친 화산암 표면이 노출되어 있어 발목을 잡아주는 신발이 안전합니다. 펄낭못과 등대 구간에는 그늘이 거의 없으므로, 한낮 방문 시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입니다. 여름철에는 가벼운 윈드재킷을 한 장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정상 부근은 평지보다 바람이 한결 거셉니다.


비양도의 한 바퀴는 짧지만, 그 짧음 안에 작은 화산섬 하나가 들려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1,000년 전의 문헌, 2만 7천 년 전의 분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굴뚝들, 60년 넘게 빛을 보낸 등대,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살림을 이어가는 150명의 주민. 그 모든 결을 한 바퀴 산책 안에 한 번씩 만나고 나서, 협재로 돌아와 다시 동쪽으로 15분만 더 가면, 또 다른 풍경이 식탁 위에 차려져 있습니다. 섬에서 가져온 짠 바람과 함께 한 끼를 비우고 나면, 짧은 항해 한 번에 펼쳐진 그 모든 풍경이 그대로 하루의 마침표가 되어 줍니다.

#비양도#한림#협재항#페리#트레킹#호니토#펄낭못#비양봉#제주섬#천연기념물

자주 묻는 질문

Q. 비양도 페리는 어디서 타나요?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또는 협재항에서 출항합니다. 일반적으로 하루 4~5편이 왕복 운항하며, 시즌에 따라 시간표가 달라지므로 매표소에서 출발 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일반 성인 왕복 요금은 1만 원대 수준입니다.
Q. 비양도 일주 트레킹은 얼마나 걸리나요?
둘레 약 3.5km로, 보통 걸음으로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비양봉 등대(해발 114m)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포함해도 총 3시간 안팎이면 모든 명소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Q. 펄낭못은 어떤 호수인가요?
비양봉 분화구 자리에 고인 둘레 약 250m의 작은 호수입니다. 바닷물과 빗물이 함께 들어찬 기수호로, 한때 마그마가 분출하던 자리에 지금은 잔잔한 물이 고여 있어 화산섬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Q. 비양도 호니토 군락이 왜 특별한가요?
호니토는 용암이 흐를 때 가스가 분출되며 만들어진 작은 굴뚝 모양 분기공으로, 비양도의 군락은 한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천연기념물 제43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약 2만 7천 년 전 분화의 마지막 단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Q. 비양도에서 점심을 먹을 곳이 있나요?
섬 마을 안에 식당 몇 곳이 운영됩니다. 그날 잡은 톳·미역·조개를 면 위에 얹어내는 비양도 해물 짜장면이 대표 메뉴로 알려져 있으며, 가게마다 재료 구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Q. 비양도 일정 후 갈치바다 애월점까지는 어떻게 가나요?
협재항으로 돌아온 뒤 해안도로 1132번을 따라 차로 약 15분이면 갈치바다 애월점에 도착합니다. 한낮의 트레킹 후 통유리 오션뷰 좌석에서 자연산 은갈치 조림·구이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동선이 일반적입니다.

페리에서 내린 발끝에는 화산섬 한 바퀴의 짠 바람이 그대로 남아 있고, 등대에서 본 협재의 풍경이 시야 한쪽에 또렷이 머물러 있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15분, 통유리 안쪽에서 그 풍경이 또 한 번 식탁 위로 옮겨집니다. 비양도에서 가져온 하루를 한 그릇으로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갈치바다 애월점 한라봉 막걸리와 석양빛 오션뷰 한 상
섬에서 가져온 짠 바람, 식탁 위에서 한 번 더

비양봉에서 본 협재, 다시 동쪽으로 15분

하루 트레킹 뒤 통유리 오션뷰에서 마주하는 자연산 은갈치 →

날아오른 섬 한 바퀴를 다 누리고 돌아온 뒤에도, 같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또 다른 작은 자리들이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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